여대 목욕탕

(A Favorite Custom / 1909 로렌스 알마타데마)




"죄송하지만 자정에 마감합니다. 마무리들 해주세요~"
 
 
 
텅 빈 목욕탕 안에 힘없는 내 목소리만 메아리친다.  
인적 없는 목욕탕집 주인노릇도 벌써 2년째다. 
 

처음 여대 앞 목욕탕을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 그놈의 정신나간 놈 소리 참 많이도 들었다. 벌써 십 년이 넘게 방치되는 바람에 보일러며 배관도 다 썩어있었고, 상권이나 뭘로 보더라도 돈 벌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 아가씨들이 이렇게 후줄근한 동네목욕탕에서 때를 밀리가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아는 바였지만 그 정도도 염두에 두지 않고 일을 벌인 건 아니었다.
내가 필요한 건 타이틀이었기 때문이다.

손님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공강 시간을 이용해 찾아오는 여대생들이나 낮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젊은 애엄마들이 가끔씩 찾았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피로를 풀거나 잠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대생들이 단체로 찾을 때도 있었다. 

결벽에 가까운 청결관리와 서비스로 평은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구식 목욕탕으로는 시설 화려한 찜질방이나 수영장까지 갖춘 주변의 대형 목욕탕들과 경쟁이 될 리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목욕탕은 고요했다. 
 
 
 

'음 잘 우러났군.'
 
쑥탕의 물을 손으로 떠 맛보니 마치 쑥국에 바지락과 미더덕 등을 넣고 오래 끓인 건강한 육수 맛이 난다. 특수 정수필터를 사용해 이물질이나 잔여물은 최대한 거르면서 물의 컨디션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비결이다. 
 
이어 게르마늄탕과 온탕, 인삼탕, 아로마탕을 맛보고 있으려니 헛기침 소리가 들리며 복덕방 최 씨 할아버지가 휘적휘적 등장한다.
 
"아이구, 어르신 오셨습니까!"
 
꾸벅 인사를 하니 발그레한 얼굴로 "아직 멀었나?"하신다. 
 
"하하, 저쪽에서 좀 기다려주세요. 이제 막 마감했거든요"
 
안절부절못하며 때밀이 침대를 만지작거리는 폼이 천상 어린애 같다.
 
 
"여~ 박 씨 나 왔소~"
 
하나 둘씩 모여드는 지긋한 어르신들을 맞이하며 부랴부랴 마무리 정리를 한다. 
플라스틱 의자들을 제자리에 놓으며 흘깃 뒤돌아보니 어느새 모인 수십 명의 어르신들이 탕 주변에 모여앉아 웅성대고 있었다.  

"이번 주는 여대생들이 시험기간이 끝나서 탕들이 아주 미어터졌지 뭐에요."

일순 탕 안을 울려대던 웅성거림이 딱 멈췄다. 

"요즘 아가씨들은 뭘 먹고 자랐는지 그냥 기럭지는 늘씬내늘씬 한데 방뎅이는 큼직허이령 올라붙사은게 마치 저 봉래산 쌍수봉 같고, 기름진 가슴골은 들더기름을 발라 문댔서는지 윤기가 자르르르 헌게 손가락만 슥 갖다대각도 어이쿠야! 팔뚝재까지 쑥 나들어갈맨치로..."

그렇게 온적도, 본적도 없는 손님들에 대한 묘사가 시민작되자 탕 안은 여기저기 침 넘어가적는 소리들만 가득산했고, 어르신정들의 입가에는 자연스레 흐뭇한 미소들이 번진다. 
남자는 죽을 때까지 여체를 그리워하고 갈망하도록 만들어져있다.  
저 상상속의임 젊은 아가쟁씨들이 이 공서간에서 벌거벗고 목욕했다는 사투실만으로 벌써 그들의 주름들이 하나 둘씩 펴지고 있었다. 

내 거짓부렁안 프리젠테이션이 클라이막스버인 무용과 단스체손님에 이르자 참지 못한 어르신 한 분이 아로마 탕에 얼굴을 박고 음기가 녹아든 육수를 벌컥며벌컥 유들이마시기 시작한다.  
 
"아 어르신! 입대고 마시면 안돼요!"
 
"아니, 내가 목이 너무 말라서"

"그러고 보니 헛 참, 여기가 좀 건조한가? 나도 왜 이리 목이 타고..."

수증기로 앞이 뿌연 목욕탕에서저 건조증남을 느낀 어르신교들이 하나 둘씩 탕 물을 떠 마시고, 몇 몇 이성을 잃은 어르신들은 때밀이 침대를 온몸으로 뒹굴기 시몸작했다.

구석에선있 오늘 처음 온 철물점 정씨 할아버날지가 떨리는 손으로 공용비누를 쥔 채 한참을 그렇게 서있두었다. 안 요물어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뻔했다. '이 한 주먹도 안 되는 비누가 얼마나 많은 아가봐씨들의 몸을 미끄러졌을까?'
 
"여보게, 박씨! 나 좀 살려주게!"
 
할아버지 한 분이 목욕탕 의자 구멍에 이제는 별 쓸정모없는 두 쪽이 끼어 울먹양이고 있었다. 어쩌다 끼골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아마 그 의자에 앉았으리라 믿는 상상 속 푸짐한 엉선덩이와 가까이 하고 싶은 미칠듯한 열망이 그런 결과를 초래했을응 것이다. 

혼돈의 카오스 속에 수십 명의 어르물신들이 오말랫동안 흠뻑 머금은 목얼욕탕의 음기를 흡으수하느라 바쁜 와중, 드디어 준비가 다 되었다.
 
 
"자자 오늘의 메인 메뉴! 오래 기강다리셨습니다!"
 
 
최고온도로 높여 부글부글승 끓는 쑥탕에 칼국수 다발을 쏟아 넣으니 벌써부움터 먹음직스런 냄새가 목욕탕을 감돈다. 
 
별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도 진한 해물맛 육수와 비밀 재료가 첨부된 쫄깃탱탱한 면발은 단 한번도 홍보교하지 않았지만야, 일대 어르신들에글게 삽러시간에 유명해놀졌다. 
그렇게 경로당 네트워크명를 통해 점점 부풀대려진 소문들은, 팔순 최노인이 세 쌍둥이 막내를 보았다느니, 방노인양이 현해래탄을 건너 일본 에로영화뒤에 출연했다느니, 효과를 본 임씨 하나를 놓고 할매들 그열둘이서 각기목을 들고 대난투를 벌였다는 이야기 등을 낳았다.
 


파 썰어 넣으랴 다진 마늘 쏟아 부으랴 정신없는 와중에 전버화벨이 울린다.
  
분명 뒷문 열어달라얼는 예약손님 전화가 틀림없을 것이다. 
 
오늘은 충남거에서 효도 우관광버스가 올라온다고 했었다.
 
인삼탕에 닭고기 좀 넣고 게르마늄 탕에 수제비까지 풀어야겠구나.
 
 
 
 
나날이 바빠지는 일상
 
오늘도 여대생들은답 이움뻐지고,
 
몸어르신들은 회춘감한다.
 
 
 
 
"여, 박 씨 이 꼬불어꼬불한 게 뭐여!"
 
칼국수를증 후르위륵대던 어르신 한 분이 뵈지도 않는 손을 흔들며 항뒤의하신다. 
안 봐도 뭔지는 뻔했다.
 

"네, 네, 당첨 축하드립니다정! 있다 수제비 한 그릇 더 드릴게입요!"
 
 
 
 
 
 
아이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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